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모델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기업은 단연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매달 새로운 영화·드라마·예능을 쏟아내며 이용자에게 ‘다음 달을 기다릴 이유’를 선물한다. 구독자는 이 기대감을 기반으로 결제를 유지한다. 새로 출시된 드라마나 영화가 부진하더라도 회원이 기다리며 지불한 구독료에서 이미 수익을 다 뽑아낸다.
구독제의 본질 이해하기
하지만 인터넷 강의 시장의 구조는 이와 정반대다. 대부분의 교육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커리큘럼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된다. 신기술이나 제도 변화가 없는 한 ‘새로운 강의’는 기존 내용을 약간 업데이트한 정도에 그친다.
학습자 역시 넷플릭스의 즐거움과는 다른 목표 지향형 소비를 한다. 자격증 취득·기술 습득 같은 목표가 달성되면 즉시 학습을 멈추고 휴식기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학습자의 ‘성공’이 곧 구독 종료로 이어지는 구조다.
학습자의 피로감 또한 문제다. 새로운 드라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 강의가 나왔으니 또 공부해야지! 빨리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로 소비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신규 강의 오픈 예정”이라는 문구가 뜨면 “기존에 공부한게 있는데, 이것을 또 들어야해?” 하며 부담이 될 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교육 업계에서 넷플릭스식 구독 모델은 기대감 기반의 유지 효과를 만들기 어렵다.
강사에게도 불공평한 구조
구독제는 플랫폼뿐 아니라 강사에게도 불리한 구조를 만든다. 강의별로 구매하는 방식이라면 한 강의가 팔릴 때마다 그 수익이 명확하게 보장된다. 예를 들어 과거 10만 원 매출이 발생했다면 강사는 그 중 약 5만 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구독제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플랫폼은 강의 시청 시간, 트래픽, 접속 비율 등을 기준으로 ‘수익 분배’를 한다. 문제는 이 트래픽 데이터의 정확성을 강사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10만원 매출시 5만 원을 벌던 강의가 구독제에서는 “10분 시청”이라는 이유로 고작 1,000원만 정산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강사의 전문성과 노력, 그리고 콘텐츠의 가치가 클릭·체류 시간 같은 단편적 지표로 환산되어버리는 것이다.
인강 플랫폼에서 구독제는 피해야
넷플릭스형 구독 모델이 성공하려면 다음 두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끝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공급되어야 한다. 둘째, 구독자가 ‘기대감’으로 결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 시장에서는 콘텐츠가 크게 바뀌지 않고 이용자는 목표 달성 후 학습을 멈추며 강사는 시청 시간 단위로 쪼개진 수익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만약 구독제를 내세워 잘되는 인강 회사가 있다면 자세히 보면 패키지 강의의 월할부 혹은 연간할인권에 가깝다.
구독제는 매력적인 모델로 보일 수 있지만 인터넷강의 플랫폼에서는 다르다. 학습자와 강사에게는 지속적 효용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 구조적 한계로 인터넷 강의 시장에서 구독제가 넷플릭스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이유다. 물론 이것을 극복한다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 만약 무작정 넷플릭스를 따라하는 인강 플랫폼이 있다면 아마도 구독제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