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강의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교실 대신 노트북 앞에서 수업을 듣고 카페나 기숙사에서도 학점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편리함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숨어 있다. 이러닝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려 할까.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막는 요인은 무엇일까.
한 연구팀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경상북도에 위치한 Y대학과 K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는 두 단계로 나뉘었다. 먼저 1차 조사에서 학생들의 인식과 반응을 파악한 뒤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측정항목을 정교화했다. 이후 2차 조사에서는 이러닝 이용의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첫째 이러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자율성’이 오히려 학생들의 자기통제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보였다. 즉 자유로운 학습 환경이 주어졌지만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힘이 부족한 학생에게는 자율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이러닝의 자유가 곧 책임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둘째 대학생들이 이러닝을 선택하는 주요 이유는 ‘시간의 유연성’과 ‘학습 과정의 편리함’ 그리고 ‘유용성’이었다. 강의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고 자료 접근이 쉬운 점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반면 ‘공간의 편의성’, 즉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이러닝의 장점으로 인식되었지만 실제로 이용 의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 연구는 대학이 온라인 교육을 설계할 때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학생 스스로 학습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성을 부여하되 자기조절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러닝의 성공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 화면 속 강의가 진짜 배움이 되려면 학생이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연구는 대학이 그 해답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