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어의 첫 장
논어의 첫 번째 장은 학이(學而)편이다. 국내에서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를 일반적으로 “배우고 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해석한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시습’의 의미
서양에서는 ‘時習(시습)’을 ‘때때로’가 아니라 ‘적시에’로 풀이한다. 이 경우 문장은 “학습한 것을 실제 상황에서 적용해보고 성공하면 즐겁지 아니한가?” 정도로 번역된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해결법을 찾아 풀어낸 기쁨을 떠올리면 이 해석이 더 적절하게 다가온다.
공동체 학습
두 번째 문장,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는 역시 매력적인 구절이다. 전통적으로는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 또한 단순히 친구를 만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와 즐거움을 뜻한다. 팀으로 공부하거나 협력해 목표를 달성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기쁨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군자
마지막 문장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이다. 이는 공자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수준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로 해석된다. 이 문장은 단순히 겸손을 넘어 시기와 질투마저 극복하는 자세를 담고 있다.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수양에 몰두하는 태도를 강조한 것이다.
지식, 공동체, 그리고 인성 함양
이 세 문장은 학문의 필요성, 공동체적 삶, 그리고 인성 함양이라는 인간에게 필요한 공부의 기본을 아우른다. 한국의 교육자라면 이 가르침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이다.